카를로 마리아 줄리니가 활동하던 20세기 중후반은 지휘자가 오랫동안 하나의 악단을 이끌며 고유한 색깔을 쌓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그는 여러 악단과 자유롭게 교류하길 원했습니다. 객원 지휘를 선호했고, 한 악단의 상임을 맡더라도 오래 머물지 않았죠. 그 결과 그의 통찰력 있는 지휘는 세계 곳곳에 새겨졌고, 디스코그래피는 '런던 시대', '시카고 시대', '빈의 줄리니'와 같이 지역으로 분류되곤 합니다. 줄리니는 16세에 로마의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에 입학해 비올라와 지휘를 공부했고, 이후 Orchestra dell'Accademia Nazionale di Santa Cecilia에서 비올라 단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이 악단에서의 지휘 데뷔 직전이던 때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고, 그는 이탈리아군에 징집되었습니다. 하지만 파시즘에 반대하며 탈영을 감행했고, 9개월 동안 숨어 지냈습니다. 그의 지휘자 데뷔는 종전 후에 이루어집니다. 1953년, 그는 37세의 나이로 밀라노 라 스칼라의 상임 지휘자 자리에 올라 오페라에 집중합니다. 1960년대에는 다시 교향악으로 돌아오는데, 특히 런던의 Philharmonia Orchestra와 훌륭한 레코딩을 남겼습니다. 또한 Chicago Symphony Orchestra의 객원 지휘자로 오랫동안 활동했고, Vienna Symphony에선 상임 지휘자를,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니에선 음악 감독을 지냈습니다.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지휘한 베토벤과 브루크너 등의 교향곡에는 신중하고 영적인 분위기가 깃들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