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종식 후 일본은 서양 문화를 급속도로 빨아들였다. 음악계도 매한가지였다. 그러나 이후쿠베 아키라는 그런 기조에 반발했다. 아이누족 음악 시놋챠(シノッチャ)의 영향을 크게 받은 이 천재 작곡가는, 그를 바탕으로 일본색이 짙은 독자적 작풍을 창조했다. 타니구치 센키치 감독의 '은령의 끝(1947)'을 시작으로 50년 넘게 정력적으로 활동, 300편이 넘는 영화에 참여하며 경이로운 금자탑을 쌓아올린 이후쿠베 아키라. 여기 담긴 역사적 걸작들은 그가 보여준 무한한 열정과 자유로운 예술혼, 남다른 실험정신의 위대한 집약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