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화

정경화는 1970년, 혜성처럼 런던 무대에 데뷔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먼(Itzhak Perlman)의 대타로 급히 오른 자리에서 대성공을 거둔 것입니다. 기세를 몰아 그는 유럽과 미국 무대에서 질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서구의 청중은 정경화를 보며 아시아에서도 뛰어난 연주자가 나올 수 있음을 깨달았죠. 데카(Decca) 레이블은 그가 런던 데뷔 무대에서 연주한 곡들을 음반으로 내놓자고 제안했는데, 그 앨범이 바로 'Tchaikovsky, Sibelius: Violin Concertos' (1970)입니다. 한국에서도 1971년에 발매되면서 이 음반은 국내 최초의 라이센스 LP 음반이라는 기록을 갖게 됐습니다. 이후 정경화의 빼어난 연주는 데카 레이블을 통해 발매되었습니다. 그중 1970~1980년대에 녹음한 바이올린 협주곡들이 지금까지 사랑받습니다. 데뷔 음반을 비롯해 'Bruch: Violin Concerto No. 1 - Scottish Fantasia' (1972)와 'Saint-Saëns: Violin Concerto No. 3; Vieuxtemps: Violin Concerto No. 5' (1975)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당시 음반들은 20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강렬한 연주를 담고 있습니다. 반면 1987년에 발표한 소품집 'Con Amore'는 정경화의 부드럽고 낭만적인 면모를 널리 알린 앨범입니다. 1980년대 말 EMI로 옮겨 녹음한 음반 중에서는 'Beethoven & Bruch: Violin Concertos' (1992)가 특히 훌륭합니다. 2005년, 정경화는 안타깝게도 손가락 부상으로 활동을 멈추었습니다. 재활하는 동안 그는 모교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후학 양성에 집중했습니다. 언니이자 첼리스트인 정명화와 함께 평창대관령음악제의 공동 예술 감독을 맡기도 했죠. 복귀 후 2016년엔 15년 만의 앨범 'Bach: Complete Sonatas & Partitas for Violin Solo'를 발표했습니다. 수십 년 연주의 경험이 녹아 있는 관록의 바흐(Bach) 음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