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e God

Cape God

2015년 HBO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Heroin, Cape Cod USA'를 본 많은 사람들은 약물 중독으로 망가진 삶을 되돌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쓰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Allie X 역시 그런 시청자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이 다큐멘터리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두 번째 정규 앨범의 뼈대를 잡았다. 단순히 친구들에게 방송을 추천해 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새 작품의 콘셉트로 활용한 것이다. 'Cape God'이라는 타이틀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다. 그녀의 설명대로라면 미국 사진가 Gregory Crewdson의 작품에서 본 듯한 미국 동부의 어느 곳을 생각하며 만든 상상 속 장소이다. 그녀는 이 돌고 도는 가상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한 여성의 모습에 과거의 자신을 이입시켜 고통스러운 옛 기억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10대 때는 음악을 만들지 않았어요." 그녀는 청소년 시절 자신을 이야기한다. "두려움이나 고통, 수치심은 물론이고 내가 겪은 어떠한 일도 다른 사람과 나누려 하지 않았어요. 그저 오롯이 혼자 짊어지려고 했죠. 당시에는 너무나 버겁고 힘겨웠던 그 모든 것들이 결국 저를 성장시켰다는 걸 깨달았기에, 이제는 노래로 저를 보여줄 수 있어요." 앨범을 관통하는 소외와 불안이라는 주제는 Katy Perry, Lea Michele 같은 톱스타들과 작업하며 메인스트림 팝 차트 상위권에 침투하고자 기회를 노리는 인디 뮤지션인 그녀의 음악 궤적에 있어서 대단히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새 앨범 'Cape God'에는 스웨덴 프로듀서 Oscar Görres를 비롯해 세계적인 팝스타 Troye Sivan, 두문불출 실력파 얼터너티브 록 뮤지션 Mitski이 참여했다. 콜라보 라인업만 봐도, Allie X가 팝계에서 차지하는 특별한 위치와 아티스트로서 구축한 비정형의 음악 세계를 어느 정도 짐작해볼 수 있다. 'Devil I Know'나 'June Gloom' 같은 R&B 튠은 'Casanova'나 'Paper Love' 같은 이전 히트곡들을 연상시킬 수 있으나, 가사적인 면에서 보면 보통 파티에서라면 그리 환영받지 못할 사회 부적응자들을 위한 노래라고 할 수 있다. Allie X가 직접 소개하는 트랙별 설명을 통해 'Cape God'만의 독특한 지형을 파악해보자. Fresh Laundry "3년 전처럼 몸이 몹시 아팠던 날,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던 중에 문득 생각했어요. '아... 엄마랑 같이 살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 돌아가서 세제 냄새 폴폴 나는 보송보송한 수건에 얼굴을 파묻고 싶다.'라고 생각했죠. 그러고 나서 이 곡의 첫 줄 'I want to be near fresh laundry'란 가사를 썼어요. 단순히 아파서 그랬던 건 아니에요. 미처 깨닫지 못했을 뿐이지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던 것 같아요. 다만 원하는 게 어떤 식의 보살핌인지를 정확하게 몰랐을 뿐이죠." Devil I Know "아마 이번 앨범에서 가장 듣기 편하면서 귀에 쏙 들어오는 곡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내 안의 악마와 싸운다는 자전적인 내용이라 가사 자체는 상당히 어두워요. 중간에 'I can pretend that I'm just praying now, but I'm only on my knees / I could scream, "Somebody, help me out" but the wicked one is me'란 가사가 있는데, 이게 곧 이 곡의 함축적인 메시지라고 보시면 돼요." Regulars "지금까지 쓴 곡 중 가장 맘에 드는 노래 중 하나에요. 마음에 불을 지피는 횃불 같은 노래랄까요. 제가 항상 느끼는 것,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보편적 주제를 담고 있어요. 세상에는 스스로가 아웃사이더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요.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방법, 싫어도 좋은 척하는 스킬을 알고는 있지만, 세상의 많은 부분이 이해가 안 가요. 이건 음악계에도, 또한 학교에서 내가 인기가 없다고 생각했던 남학생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얘기예요. 곡을 쓰는 내내 노래와 관련된 시각적인 이미지가 아주 분명하게 떠올랐어요. 일례로 'What a feeling/ Hanging off a building'란 파트를 부를 땐 정장을 입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들을 떠올렸어요. 매일 억지로 웃고, '난 언제든 그만 둘 수 있어.'라는 말을 버릇처럼 하면서 고층 빌딩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그런 모습을 머릿속에 그렸어요." Sarah Come Home "Katy Perry의 'Dark Horse'를 쓴 Sarah Hudson이란 작곡가가 있어요. 원래 이 곡 작업을 도와주기로 했었는데, 막판에 갑자기 취소됐거든요. 그 상황을 놓고 우리 중 누군가가 'Sarah come home!'이라고 농담을 던졌는데, '잠깐! 지금 그 말, 가사로 쓰면 딱 좋겠는데?' 싶어서 고대로 갔다 쓴 거예요. 내용은 사실 제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니에요. 제 친구 중엔 Sarah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없어요. 도망가서 못 찾은 친구도 없고요. 다만 길을 잃고 방황하는 친구들은 있었고, 저는 그들을 돕고 싶었어요. 단순히 친구 관계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희 가족들 사이에서도 똑같은 일이 있었거든요. 제가 한창 마음을 못 잡고 겉돌 때, 우리 가족들 심정이 친구를 붙잡아주고 싶었던 제 마음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건 좀 다른 얘긴데, 고등학교 때 정말 친한 친구가 있었거든요. 저를 정말 많이 위해줬죠. 우린 마치 친자매 같았어요. 그 친구를 너무나도 아꼈고 여전히 그래요. 그 친구를 향한 애정도 이 곡에 집어넣었어요. 얼핏 보면 전혀 다른 얘기지만 알고 보면 일맥상통하는 것들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것 같아요. 이상하게 섞여 있어서 그렇지, 결국 요점과 맥락은 같은 거죠." Rings a Bell "이 곡 역시 몇 년 동안 제 핸드폰 메모장에 담겨 있던 이야기에요. 저는 프로듀서 Oscar Gorres한테 사람 마음을 확 휘어잡을 수 있는 노래를 쓰고 싶다고 말했어요. Tears for Fears의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나 Michael Jackson의 'The Way You Make Me Feel'처럼요. 그는 '그렇게 멋진 곡을 쓰는 건 너무 어렵다.'라고 했죠. 저는 '잔말 말고 일단 해봐!'라면서 등을 떠밀었어요. 그랬더니 정말 해낸 거 있죠! 코러스가 나오고, 갑자기 퍼커션이 훅 들어오는 게 상당히 강렬하고 인상적이에요. 내용은 사랑의 열병에 관한 건데, 가사 면에서 보면 아마 이 앨범에서 제일 명랑할 거예요. 마치 저처럼 처음 만난 누군가와 잘 될 것 같은 희망에 부푼 한 사람의 관점에서 쓰인 거니까요." June Gloom "소울 그루브가 조금 섞인 곡인데, 드럼 루프가 특히나 멋져요. 6월의 어둠이라는 뜻의 제목처럼 곡 내용에도 풍자가 담겨 있어요. 침실 창가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면서, 한 무리의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면서 서로를 향해 추파를 날리는, 그런 장면을 그려봤어요. 저는 그 속에 결코 끼지 않고,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지켜만 보면서 그 모든 상황을 비웃고 있죠." Love Me Wrong (feat. Troye Sivan) "Troye Sivan과의 인연은 그가 데뷔하기 전에 시작됐어요. 당시 그는 유투버였는데, 제 노래 'Bitch'를 자기 SNS에 올렸더군요. 저는 그의 글에 댓글을 달았고, 그렇게 서로 알게 됐어요. 알고 보니 그도 음악 하는 사람이었고, 같이 작업하면 재밌겠다 싶었죠. 그러고 나서 얼마 후, 지금은 엄청 유명해진 Leland가 우리를 한 방에 모았어요. 그렇게 우리 셋의 역사는 시작됐죠. Troye와는 몇 년째 작업을 함께 하고 있어요. 그의 노래 'Blue Neighbourhood'와 'Bloom'도 같이 만들었고요. 보통 다른 아티스트들의 곡을 쓸 때는 히트할 만한 노래를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는데, 그와 함께일 땐 그런 압박감이 전혀 없어요. 사실 이 곡은 2017년에 만든 거예요. 원래 그가 출연한 영화에 삽입될 예정이었는데 결국 쓰이지 않았죠. 하지만 저는 이 노래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제 앨범에 꼭 담고 싶었어요. 안타깝게도 당시 작업 중이던 EP 'Super Sunset'과는 분위기에는 안 맞아서 실을 수 없었지만, 'Cape God'에는 주제도 그렇고 아주 딱 어울렸어요. 앨범 작업을 시작한 순간 알았죠. 앨범에 실을 작정으로 계획 하에 쓴 곡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우 비슷한 감정선을 갖고 있어요." Super Duper Party People "정식 발매 전 공연 무대에서 먼저 선보였을 때 이토록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노래는 여태껏 없었어요. 정말 최고였죠. 사실 이 곡은 앨범을 위해 특별히 쓴 건 아니에요. 남자친구와 나이아가라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던 중에 했던 농담에서 비롯된 거거든요. 남자친구가 저한테 '너는 꼭 'Super Duper Party People'이라는 곡을 써야 해.'라고 했고, 저는 '오! 좋은데?'라면서 격하게 호응했었죠. 어쨌든 그러고 나서 한참 까먹고 있었는데, 곡 작업하러 덴마크에 갔을 때 예상치 못한 순간 불현듯 떠올랐어요. 핸드폰에선 랜덤으로 음악이 재생되고 있었는데, 작곡가 Ollie Goldstein이 보내준 곡이 흘러나오자마자 '앗! 이거야! 이거야말로 'Super Duper Party People'이야!'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날 저녁 남자친구와 영상 통화를 하면서 그 얘기를 했어요. 시차 때문에 몹시 피곤했지만, 우리 사이엔 웃음이 끊이질 않았죠. 심지어 통화하는 도중에 랩 파트를 전부 썼고, 그게 이 곡의 후렴구가 됐답니다. 스웨덴 스튜디오의 매니저인 Julius가 백업 보컬을 맡아줬는데, 덕분에 좀 더 스웨덴어 느낌이 나게 불러진 것 같아요. 'super duper'를 'supa doopa'라고 하는 식으로 말이죠. 정말 여러모로 저에게 큰 즐거움을 준 곡이에요." Susie Save Your Love (feat. Mitski) "2년 전쯤 Mitski의 음악을 발견했는데 듣자마자 완전히 반해버렸어요. 그녀는 상당히 독특한 목소리를 가졌어요. 그 자체에서 진정성이 느껴지고, 설득력과 공감력도 강하고, 또 매우 구슬픈 느낌을 주죠. Mitski는 잠시 음악계를 떠나서 휴식을 취하는 중이에요. 공연도 안 하고, SNS도 안 해요. 그래서 피처링을 부탁했을 때 그녀는 이렇게 답했어요. '곡 자체는 너무 맘에 드는데, 지금은 모든 섭외를 거절 중이다.' 그래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Mitski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문자가 왔어요. '부담 가질 건 없는데, 아직 나를 쓸 마음이 있다면 전에 말했던 작업을 같이 해보고 싶다.'라는 내용이었죠. 저는 고민할 것도 없이 당장 '좋아!'라고 답장을 보냈답니다. 사실 Mitski가 피처링을 거의 안 하거든요. 저는 희대의 행운아인 거죠. 'Susie Save Your Love'는 내가 친구와 사랑에 빠졌는데 그 친구의 연애를 지켜보는 한 여자의 이야기기예요. 이 사람은 친구가 만나는 상대가 영 못마땅해요. 남자가 내 친구를 막 대하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친구를 얼른 그 상황에서 구하고 싶어 해요." Life of the Party "앨범 수록곡 중 가장 마지막에 쓰인 노래예요. 배경은 한 파티 혹은 사교 모임. 주인공은 그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서 거나하게 취할 정도로 술도 잔뜩 마시고,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파티를 즐기고 있죠.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런 자리가 너무나 따분해요. 전혀 재밌지도 편하지도 않고, 오히려 속으론 이 상황을 비웃고 있어요.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직장 혹은 그룹 내에서 성추행 당하는 입장과 비슷한 거죠. 겉으론 웃고 있지만 속으론 찡그리고 있는 거예요. 오해는 마세요, 노래 내용이 다 제 얘기는 아니니까요. 저는 그저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이용당하는 처지에 처한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어요. 여태까지는 그런 노래가 없었던 것 같아서요. 근데 참 아이러니한 게 이 노래 같은 상황에 처하면 한편으론 너무나 소모적인 기분이 들면서 또 한편으론 그 안에서 뭐라도 된 것 같은 안도감이 든다는 거예요. 사람 마음이란 게 이렇게 오묘하고 복잡하다니까요." Madame X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송라이터 중 한 명인 Simon Wilcox가 작업에 참여해줬어요. Nick Jonas의 'Jealous'를 쓴 것도 그녀인데, 아마 LA에 있는 작곡가들 중에서 제 음악 정서에 공감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일 거예요. 이 노래의 화자는 약물에 빠져 있는데, 약을 의인화하면서 이렇게 걸고 있어요. 'Come into my room with me and wrap me up/ I love your touch/ Come into my room with me and make it stop/ I think too much'. 왜 술에 잔뜩 취하면 내가 술을 마시는지 술이 나를 마시는지 모르는 상태가 되잖아요. 이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자기가 약을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약이 그를 지배하고 있는 거죠. Simon Wilcox와 저는 곡에 미국 동부의 이미지를 많이 집어넣었어요. 케이프 코드의 차디찬 물에 풍덩 빠진 제 모습을 상상했죠. 몸은 얼어붙을지 몰라도 기분은 정말 최고일 거예요. 틀림없어요." Learning in Public "이 노래에는 힘든 일을 다 겪어내고 전보다 훨씬 강하고 자신감 있어진 지금의 제 모습이 담겨 있어요. 저는 이제 예전의 나에 대해 반성하고 공감하고 말을 걸 수 있게 되었어요. 저는 어린 Allie에게 이렇게 말해요. '누구에게나 삶에 흠은 있고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여전히 인생을 배우는 중이고, 아직 더 많이 배워야한다.'라고요. 그러자 짐을 덜어낸 듯 마음이 상당히 편해졌어요. 이 곡을 쓰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치료였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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