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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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이 Banks의 세 번째 정규 앨범인 건 맞지만 III란 타이틀을 붙인 게 단지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Banks는 Apple Music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제게 있어 III는 삶의 순환을 의미해요. 처음, 중간, 끝으로 나뉘는 것처럼, 세상 모든 것은 세 단계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아요. 이 앨범의 가장 핵심 주제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과거의 것은 놓고, 현실에 발을 붙이고 살자.'라는 것이에요." 이 앨범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오는 행복과 불행, 안 좋았던 관계를 뒤로하고 새로 출발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컬 피처링을 맡은 Francis and the Lights를 비롯해, BJ Burton, Buddy Ross, Hudson Mohawke 같은 실력파 뮤지션들이 작곡과 프로듀싱에 참여해 앨범을 완성시켰다. 각 트랙에 대한 Banks의 상세한 설명을 통해 앨범 III를 만나보자. "Till Now" "이 노래의 첫 후렴구를 부를 때 울었던 걸로 기억해요. 왠지 그냥 막 화가 치밀었고, 내 안에 쌓인 분노와 화를 털어버리고 싶었어요. 그런 식으로 지난 감정을 쏟아내며 앨범의 문을 연다는 게 마음에 들어요. 이 곡은 마치 내가 여태껏 어디에 있었고,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알리는 선언문 같아요. '지금까지 이런 것을 봐 왔고, 이런 것을 해왔다.'라고 명확히 짚어주는 것 같죠. 과거를 놓아버릴 수 있게 해줌과 동시에 나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새 앨범과 새 챕터를 열기에 적절한 노래에요." "Gimme" "저는 노래할 때 제 모습이 제일 멋진 것 같아요. 늘 그런 건 아니지만 'Fuck With Myself'와 이 곡을 부를 때 특히 그래요. 말투는 나긋하고 조용하지만 속뜻은 잔인한, 묘한 힘을 가진 이런 노래를 부르면 달콤하면서도 한편으론 위험하게 느껴져요. 저는 이런 위험한 느낌의 비트를 원했고, 그래서 영국 DJ Hudson Mohawke에게 프로듀싱을 맡기기로 했어요. 그와는 첫 작업이었지만 만나자마자 '아, 이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다.'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너무 똑똑하고 매력적인 사람이에요." "Contaminated" "이 곡은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노래에요. 해답을 찾으려고 열심히 노력하지만 너무 위험한 과정이잖아요. 마치 마약처럼, 잠깐은 좋을지 몰라도 얼마 못가 정말 별로라는 걸 깨닫는 거죠. 이 노래는 제게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는 깨달음을 줬어요. 작은 희망과 믿음을 찾아내고 싶지만 절대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어요." "Stroke" "이 곡은 나르시스트에 관한 얘기에요. '너는 내가 네 자존심을 세워주길 바라지. 계속 애원해봐.' 이런 태도로 자기도취적인 상대를 꼬집는 거죠. 이런 성격의 사람과 엮이는 건 참으로 허무하고 진 빠지는 일이지만, 한편으론 자극적이고 중독적이기도 해요. '내가 너의 속셈을 모르는 게 아니지만, 기꺼이 속아주겠다. 내가 네 비위를 맞춰줄 테니 어디 한 번 계속 애원해 봐라.'라고 말하며 상대를 도발하는 내용이에요." "Godless" "제가 만나던 남자와 헤어지고 몇 달 동안 그와 전혀 말을 섞지 않았아요. 이전 앨범 The Altar에서 그에 대해 노래했었는데 헤어지니 굉장히 어색했죠. 누군가를 소재로 노래 가사를 쓰고, 그걸 상대가 알게 됐을 때 굉장히 난감해질 수 있어요. 저는 제 모든 걸 음악에 담아요. 저와 가까운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죠. 이별 후 몇 년이 지나고 그를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그가 미완성된 자신의 자작곡을 들려줬는데, 뜻밖에도 저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그게 바로 이 노래의 후렴구가 됐죠. 이 노래를 듣고 빨리 이 곡을 완성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기하게도 지금 그와 나는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어요. 함께 겪은 일에 대해 같이 노래를 만드는 것보다 더 확실한 이별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Sawzall" "이 곡은 날카로운 톱 같은 도구라고 생각해요. 톱질을 할 때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며 밀고 당기잖아요. 그 모습이 세상 모든 연인 관계와 똑같은 것 같아요.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노래에요. 무조건 내 입장에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왜지? 내 잘못인가? 내 생각이 너무 지나친 걸까? 평소 그의 모습이 아니라, 기분이 나빠서 순간적으로 그랬던 것뿐이었을까? 내가 놓친 게 뭘까?'라는 식으로, 관계와 상황을 다각도에서 들여다보고, 정말 너무 사랑하는 사람과 잘 안되는 이유가 도대체 뭔지 찬찬히 생각해보는 거죠." "Look What You’re Doing to Me" "BJ Burton과 함께 LA의 한 스튜디오에 있었어요. Burton은 Francis Starlite과 친분이 두터운데, 저는 그를 실제로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데 그가 갑자기 스튜디오에 들렀어요. 그냥 잠깐 쉬려고 온 거지 저와 함께 작업하려고 온 것 같진 않았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죠. 그저 녹음하다 잠깐 쉬려고 다른 방으로 갔을 뿐인데. 그가 연주한 코드를 듣게 되었고 마음에 들었어요. 그들이 준 영감 덕분에 멜로디가 마구 샘솟았어요. '너무 좋은데?'라고 생각하면서 이 노래를 불렀고 순식간에 곡이 완성됐어요." "Hawaiian Mazes" "The Altar 투어를 마쳤을 때 저는 몹시 지쳐 있었고 휴식이 절실했어요. 심신이 완전히 방전돼서 재충전을 해야 했고, 더불어 전과 180도 달라진 제 삶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어요. 모든 생각을 접고 푹 쉬기 위해 친한 친구와 2주간 하와이에 머물기로 했어요. 그리고 마지막 날 아침에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미로를 발견했어요. 명상할 만한 공간을 누군가 일부러 만든 것처럼 돌을 쭉 나열된 미로 같은 길이었죠. 그 길을 따라 걸으니 무언가를 놓아야만 한다는 깨우침을 얻었어요. 한참 생각에 빠져 걷다가 뒤돌아보니 다른 사람들이 그 길을 따라 걸어 올라오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어요. 순간 '이런, 브래지어 안 했는데! 도망칠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서 움찔했지만, '아냐, 그냥 가던 길 계속 가지 뭐.'라고 생각하며 계속 걸었어요." "Alaska" "가끔은 꿈속에서도 곡 작업을 해요. 잠에서 깨서는 '세상에, 어제는 자면서도 노래를 썼어!'라며 좋아하죠. 꿈에서 쓴 멜로디를 잠에서 깬 후에 기억해 내기도 했는데 매번 기가 막혀 웃고 말았어요. 왜냐하면 무의식의 세계가 아니라면 도저히 생각해낼 수 없는 이상한 멜로디 같았거든요. 어느 날 아침엔 잠에서 깨서 계속 'He’s going to leave me for Alaska.'라는 말을 되풀이했어요. 편안하게 귀에 쏙 박히는 느낌. 꿈에 나온 게 분명했어요. 제가 꿈에서 들은 소리를 표현했기 때문에 몽롱한 사운드를 담고 있어요." "Propaganda" "무언가에 너무 깊이 빠져서 헤어나는 데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노래로 만들었어요. 노래 중간에 '자살은 아무래도 내 사명인 것 같아.'라는 가사가 있어요. 무척 음울한 말이지만, 실제로 그런 뜻은 아니에요. 진짜 죽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이렇게 위태로우니 누가 나 좀 도와줘.'라는 식의 구조요청에 가까워요.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내용이지만, 한편으로는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해요." "The Fall" "제가 연주할 수 있는 악기는 피아노뿐이에요. 곡 작업도 항상 피아노로 했죠. 하지만 여럿이서 공동 작업을 하면서 스튜디오에 들어가기 전 기타와 신스, 드럼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하나하나 주의 깊게 들을 수 있었고, 이 모든 사운드를 별도의 테이크로 녹음해 컴퓨터에 담아둘 수 있었어요. 저는 제 목소리를 악기 소리처럼 배경으로 사용하는 습관이 있어요. 제 노래의 대부분은 반복되는 선율을 갖고 있어요. 멜로디는 제가 가장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언어와도 같아요. 이 노래는 제가 별도로 모은 소리들을 합해 만들었어요. 어찌 보면 각각의 요소를 어떻게 하나로 감싸느냐가 관건이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 곡엔 정말 아름다운 어쿠스틱 기타 멜로디와 멋진 보컬이 담겨 있어요. 결국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섞어내느냐가 문제인 것이죠." "If We Were Made of Water" "곡을 쓸 때 제가 부르거나 말하거나 창조해내는 몇몇 문구들은 제게 특별한 의미를 지녀요. 근데 사람들이 그 뜻을 물어보면 쉽게 말하지 못하고 주저하게 되죠. 사람들이 부여하는 의미와 내가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 노래의 뜻은 간단해요. 그저 모든 게 단순해졌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노래했어요. '세상 모두가 물이라는 하나의 물질로 만들어져 있다면 서로가 쉽게 융화될 수 있을 것이고, 그럼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일도 없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죠." "What About Love" "이 노래를 언제 쓴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이 노래가 너무 좋다고 계속해서 말하고 다닌 건 기억나요. 회사에서는 '그래요. 이 노래가 마음에 든다는 거 잘 알겠어요.'라고 했고, 저는 '그 정도가 아니에요. 이 노래가 최고라고요!'라고 대답했죠. 제가 쓴 노래 중에 특별히 좋아하는 노래를 하나만 꼽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이 노래는 저를 변화시킨 것 같아요. 지난 몇 년 간 가스펠 노래를 많이 들었어요. 가스펠 노래는 멜로디로 가득 차 있죠. 이 앨범이 삶의 순환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가스펠과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나는 누구에게도 속해 있지 않아요. 그리고 당신은 다른 누군가에게 속해있죠.'라는 가사에서 볼 수 있듯 어른들이 겪는 상황을 이야기해요. 하지만 동시에 순수한 관점에서 '비현실적이어도 괜찮아. 사랑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니까.'라고 노래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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