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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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동어로 가사를 쓰고 홍콩을 주무대로 활약하는 팝 뮤지션들의 음악을 가리키는 홍콩 팝(Cantopop)은 우리에게 유덕화, 장국영, 여명, 곽부성 등 80-90년대를 풍미한 스타들의 이름으로 더욱 친숙하다. 이전까지 서구의 팝과 자국 음악을 위주로 소비하던 아시아 팝 시장은 80-90년대 전성기를 맞은 홍콩 팝의 인기가 아시아 전역을 휩쓸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천왕’으로 불리며 홍콩 팝의 전성기를 이끈 홍콩 스타들은 오늘날의 한류 스타를 연상시키는 인기를 아시아 전역에서 누리면서 아시아권 팝 문화를 하나로 묶는데 큰 공을 세웠다. 장국영이나, 유덕화, 장학우, 곽부성 등의 홍콩 팝 스타들은 우리나라 스타 가수들의 이름만큼이나 일반 대중에게 익숙하고, 그들을 둘러싼 팬덤도 국내 가수들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은 수준을 자랑했다. 당시 장국영이 직접 노래를 부르며 등장했던 국내 초콜릿 CF음악은 아직까지도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며 대중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임을 감안하면 이들의 활약상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당대 홍콩 팝이 누렸던 엄청난 인기의 이유는 뛰어난 가창력과 외모를 겸비했던 홍콩 팝 스타들이 영화 주인공으로 종횡무진하면서 음악보다 국제적 파급력이 높았던 영화계에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점을 꼽을 수 있지만, 그보다는 홍콩 팝과 홍콩 누아르 영화에 흐르는 세련되고 국제적인 감각 때문이었다. 아시아의 비즈니스 허브로서 서양문화에 가장 개방적이었던 홍콩의 팝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흡수하면서 아시아 팝의 수준을 진일보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재즈, 로큰롤, R&B, 일렉트로닉 등의 서양 팝 음악을 동양적 정서와 접목해 탄생시킨 새로운 스타일의 홍콩 팝은 서양적이면서도 동양적인, 새롭고도 친숙한 독보적인 음악을 탄생시키고,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홍콩 팝 스타를 아시아 전역에 소개함으로써 더 넓은 문화 상품의 시장을 개척해나갔던 것이다. 그러나 영원히 지지 않을 것 같던 ‘천왕의 별’은 2003년 장국영의 자살과 곧 이어진 홍콩의 중국 반환으로 그 빛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거의 예외 없이 광동어로 불린 홍콩 팝은 홍콩이 중국 본토로 편입되면서 자연스럽게 그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만다린 팝(Mandopop)의 유입으로 입지가 좁아지는 결과를 맞는다. 이에 발맞추어 홍콩 뮤지션들은 그들의 노래를 광동어와 만다린어로 함께 발매하고 홍콩 팝만의 독특한 멜로디를 창조해내는 등의 노력으로 현재에도 중국 현지와 대만에서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진혁신, G.E.M., 고거기 등의 새로운 홍콩 팝 스타들의 등장은 아직도 여실한 홍콩 팝의 영향력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