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라고 하면,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지휘봉을 휘두르는 은발의 마에스트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Herbert von Karajan)의 모습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탁월한 음악적 역량은 물론, 강력한 카리스마와 능수능란한 경영 능력, 그리고 기존의 LP와 스테레오를 제치고 대세가 된 CD, 디지털 음반, 텔레비전 영상 등 새로운 매스미디어에 대한 통찰력을 갖춘 지휘자죠. 젊은 시절부터 '기적의 카라얀'이라 불렸던 그는 빌헬름 푸르트벵글러(Wilhelm Furtwängler)가 세상을 떠난 후 1950년대 중후반부터 베를린 필하모닉(Berliner Philharmoniker)과 빈 국립 오페라극장을 동시에 맡아 1980년대까지 수많은 명반을 만들어냈습니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매끄러운 선율을 끌어냈으며, 예민한 감각을 바탕으로 오페라에서도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죠. 카라얀은 하이든(Haydn)과 모차르트(Mozart)부터 슈트라우스(Strauss)와 제2빈악파까지, 19세기 독일-오스트리아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서양 음악사의 관현악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몇 번씩 녹음했습니다. 그중 대부분은 지금도 CD와 LP, 다운로드, 스트리밍 등 다양한 형태로 사랑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