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을 깨는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Riccardo Chailly). 그에게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습니다. 모든 작품에 어울리는 대중적인 사운드를 추구하기보다 각 작품에 맞는 오케스트라의 스타일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죠. 시대를 앞선 그의 방식은 그 당시 논란을 일으켰지만, 훗날 사이먼 래틀(Sir Simon Rattle), 로저 노링턴(Roger Norrington)과 같은 지휘자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1953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그는 최고의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의 보조 지휘자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1978년 데카 클래식(Decca Classics)과 전속 계약을 맺었으며, 1984년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와 녹음한 'Giordano: Andrea Chénier' 음반이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오페라계의 기대를 뒤로하고 그는 관현악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1982년 베를린 도이치 심포니 오케스트라(Deutsches Symphonie-Orchester Berlin)의 수석 지휘자를 맡으며 독일에 둥지를 틀었죠. 전통적인 독일 오케스트라에 대한 리카르도 샤이의 접근은 남달랐습니다. 브람스(Brahms), 말러(Mahler), 브루크너(Bruckner)로 이어지는 잘 정립된 레퍼토리를 선보이던 관행에서 벗어나, 잘 연주되지 않는 작품들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특히 거의 연주되지 않았던 작곡가 알렉산더 폰 쳄린스키(Alexzander von Zemlinsky)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선보였습니다.  이후 그는 네덜란드 명문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Royal Concertgebouw Orchestra)에서 1988~2004년까지 일했고, 유서 깊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Gewandhausorchester)에서 2005~2016년까지 지휘봉을 들었습니다. 2017년에는 고향인 라 스칼라 극장으로 금의환향했습니다. 2023년, 그는 70세 생일과 라 스칼라 극장 데뷔 45주년을 기념하며 'Verdi Choruses'를 발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