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현대적인 비르투오소 연주자로 꼽히는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 후보 첫 줄에 올라갈 음악가입니다. 헝가리에서 독일계로 태어났지만 프랑스어를 첫 번째 언어로 구사했던 리스트는 진정한 의미의 '세계인'이었습니다. 그의 극적인 삶은 낭만주의 소설보다도 흥미진진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놀라운 테크닉과 즉흥 연주 실력으로 전 유럽을 열광하게 만든 피아니스트였고, 많은 여성과 염문을 뿌렸죠. 하지만 그는 진지한 작곡가였고, 말년에는 가톨릭 성직에 입문할 정도로 경건하고 종교적인 성품을 지닌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복잡한 인간성은 이를 꼭 닮은 음악에도 반영돼 있습니다. '초절기교 연습곡(Transcendental Études)', '파가니니 대연습곡(Grandes études de Paganini)', '오페라 환상곡(Opera fantasies)'에서는 극도로 과시적이고 기교적인 면모를 보여주는가 하면, '순례의 해(Années de Pèlerinage)'나 종교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에서는 숭고한 깊이를 드러냅니다. 또 교향시를 통해 교향곡 전통에서 벗어난 낭만주의 관현악 장르의 길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리스트는 신독일 악파의 주창자로 바그너(Wagner)와 함께 독일 음악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었으며, 그가 지휘자로서 후원한 작곡가와 피아니스트로 길러낸 제자들은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을 장악했습니다. 한때 리스트의 작품들은 다소 평가절하당하기도 했지만, 20세기 중후반부터는 진보적이고 개성적인 화성과 형식이 재평가받으며 19세기 가장 중요한 작곡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