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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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과 랩의 세계 양쪽에서 두루 성공을 거둔 뮤지션은 드뭅니다. Sofiane Pamart는 그중 한 명이죠. 릴 음악원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프랑스의 피아노 연주자인 그는 프랑스 최고의 래퍼 여럿과 협연한 적이 있습니다. 2018년 작 'Pleine Lune'는 그의 섬세한 연주와 벨기에 래퍼 Scylla의 거친 보컬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호평을 받은 앨범이죠. 그는 Apple Music에 이렇게 전합니다. "래퍼들과 함께 일하면서 엄청난 자유로움을 느꼈어요."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자유로움은 영화 음악과 샹송, 쇼팽에 대한 애정을 담은 솔로 앨범인 'LETTER'에도 묻어납니다. 19세기의 낭만주의 피아노 연주자 쇼팽의 영향은 'SOLITUDE'와 'ALBUM' 같은 트랙에서 여실히 드러나는데, 이에 대해 Pamart는 이렇게 말합니다. “쇼팽이 위대한 건 순수하면서도 단순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풍성하게 짜인 편곡 안에서도 정말 단순한 멜로디를 뽑아내는 재주가 있었죠." 이번 앨범에도 역시 그런 단순함과 어린아이 같은 진심이 배어 있습니다. 각각 한 단어로 된 곡 제목들을 순서대로 읽으면 그가 듣는 이에게 보내는 문장이 되는데, '영원한 고독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해준' 것에 대한 진심 어린 감사를 표현한 것입니다. 팬데믹에 따른 봉쇄 조치로 라이브 공연들이 속속 취소되던 2020년, Pamart가 온라인으로 팬들에게 어떤 곡을 연주할지 투표를 받기 시작하며 생겨난 관계에 대한 고마움이죠. 팬데믹 당시에 비해 세계는 좀 더 열려있는 상태지만, 'LETTER'는 Pamart의 음악 세계를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지금까지의 제 인생사를 그린 듯한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전 어릴 적부터 수많은 위대한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받아왔는데, 이번 앨범의 곡을 들어보면 그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영화를 볼 때처럼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차례대로 감상해주세요."라고 그가 말합니다. 'LETTER'의 각 수록곡에 대한 Pamart의 소개를 아래에서 읽어보세요. DEAR "'옛날 옛적에…'하면서 나오는 영화 첫 장면 같은 작품입니다. 연필을 들어 종이에 뭔가를 쓰려는 사람을 연상했어요. 음악이 춤추면, 연필도 종이 위에서 춤추듯 글을 써 내려가죠. 매우 내밀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작품입니다." PUBLIC "무곡 느낌의 음악입니다. 라틴 음악, 탱고,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등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이 곡은 청중과 저 사이의 대화와 같습니다. 그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을 느낄 수 있죠." YOUR "이번 앨범에서 가장 신비로운 곡 중 하나입니다. 매우 소중해서 세상으로부터 숨겨두고 싶은 소유물 같은 거죠. 앞 곡인 'PUBLIC'의 후반부라고 보셔도 될 것 같아요. 사실 이 두 곡을 한 곡처럼 감상해도 됩니다." LOVE "수록곡 중 가장 로맨틱한 작품입니다. 장거리 연애를 생각하며 만든 곡이죠. 전 아티스트라서 사랑하는 이들과 항상 멀리 떨어져 있어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들과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SAVED "앞 곡 'LOVE'의 또 다른 버전입니다. 전 상처의 치유를 주제로 떠올릴 때마다 피아노의 고음역을 즐겨 연주합니다. 오르골 소리처럼 가벼운 기분이 느껴지니까요. 어린아이가 넘어졌을 때 엄마가 보듬어주듯, 고음에서 위안을 받는 거죠." ME "제 내면으로 떠나는 여행 같은 곡입니다. 앨범에 이런 음악이 더 있는데, 'ME', 'I', 'SOFIANE', 이렇게 세 곡이죠. 여기서는 제가 좋아하고 즐겨 쓰는, 저를 잘 표현해주는 코드를 사용했습니다. 불, 열정, 광기가 주제예요. 곡의 테마를 이리저리 연주할수록 미칠 것만 같았어요! 뭔가를 계속 생각할수록 광기에 사로잡히는 거죠. 예술이라는 맥락에서 봤을 때 아주 흥미로운 일입니다." FROM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묻는 곡입니다. 그 질문을 섬세하면서도 신비로운 방식으로 제시해 보고 싶었어요." SOLITUDE "고독에는 매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도망치고 싶기도 하죠. 고독과 밀고 당기듯 춤추는 게 왈츠처럼 느껴져서 왈츠풍의 곡을 만들었습니다. 쇼팽의 음악 곳곳에도 비슷한 느낌이 있죠." FOREVER "베트남에서 지내는 동안 조율이 살짝 안 된 업라이트 피아노로 작곡했습니다. 그 악기로는 피아노 바에서 흘러나올 법한 곡들만 연주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아주 느긋하고 평화로운 느낌의 곡을 만들었어요. 그때 매니저가 시가를 한 대 피우고 있었고, 다 함께 위스키를 마셨던 게 생각납니다. 아주 평화로운 시간이었죠." SINCERELY "이 곡에서는 제 누이 Lina Pamart가 바이올린을 연주했습니다. 누이와 함께 곡을 연주하는 것보다 더 진솔한 표현 방법이 있을까요. 저의 가족사는 항상 제 마음속에 깃들어 있어요. 할아버지는 프랑스로 건너와 탄광에서 일하셨죠. 그 고생 덕분에 가족이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었고요. 엄청난 노력으로만 얻을 수 있는 고귀함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저희 가족사가 영화라면, 그 영화의 사운드트랙인 셈이죠." SOFIANE "피아노로 녹음을 한 번 하고, 다른 피아노로 옮겨 다시 연주해 처음 테이크 위에 얹었어요. 이 곡은 제목을 'SOFIANE' 대신 'SIGNATURE'라고 지었어도 좋았을 겁니다. 하나의 생을 마감하는 곡 같은 느낌이죠. 이 곡에서도 고난을 동반한 고귀함을 표현하지만 희망이 빠지지 않죠." P.S. "일단 문장을 다 완성했지만, 하고 싶은 말이 남아있었어요. 그래서 추신을 달았죠. 새로운 출발을 떠올리는 곡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 곡에 특수효과를 좀 더했죠. 시공을 거슬러 다른 차원으로 떠나는 여행을 표현하려 했습니다." I "'ME'와 마찬가지로, 저 자신에 대한 탐구를 표현했습니다.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불과 열정'이라는 주제는 같아요." WROTE "어릴 적 브람스를 비롯한 여러 작곡가에 대해 배우면서, 지혜롭고 인생 경험이 풍부해 작품에 투영하는 나이 든 사람들을 상상했었죠. 연필을 집어 들고 자신들의 모험담을 써 내려간 그런 사람들로 말이에요. 이 곡은 브람스를 생각하면서 지은 곡입니다. 인생에 대해 침착하게 사색하는 노신사를 연상했어요." THIS "부드럽고 단순한 곡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많은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위안을 주는 곡으로요. 그뿐입니다." ALBUM "이 앨범을 축약한 영화 예고편 같은 곡입니다. 신비, 모험, 우울함을 쇼팽의 스타일로 담았죠." IN "제 음악을 소개할 때는 감각이나 감정, 이야기 등을 통해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기법이나 이론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음악에서 중요한 건 내용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곡은 살아가면서 새로운 것들에 대해 배우고, 그러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내용입니다." ASIA "첫 곡인 'DEAR'가 옛날이야기의 시작이었다면, 'ASIA'는 한 편의 동화를 마무리 짓는 부분입니다. '다 꿈이었던 걸까?'라고 질문하는 듯한 곡을 만들고 싶었어요. 제게 아시아는 마치 꿈처럼 신비로운 곳입니다. 자신이 있는 곳에서 벗어나, 점점 먼 세상 속으로 갈수록 더욱 놀라운 것들을 마주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시아가 제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이 마지막 곡이 그런 느낌을 잘 요약한다고 생각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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