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DALENE

MAGDALENE

FKA twigs의 21세기형 R&B 앨범이 선사하는 미래지향적 기조와 정교하게 설계된 혼돈 너머엔 진한 인간미가 자리하고 있다. 올해로 서른한 살을 맞은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FKA twigs는 두 번째 정규 앨범을 통해 현대의 풍조를 마리아 막달레나가 살았던 시대와 연관 짓는다. 치유자 마리와와 그리스도의 친밀한 관계는 그녀의 이야기를 전파하게 될 이들, 즉 남성들의 비웃음을 샀다. 신보 발매를 맞아 Apple Music과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 FKA twigs는 이렇게 말한다. "제가 자란 세대는 아이들에게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선택권을 주지 않았어요. 여자인 저는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배웠죠. 내가 누군가를 선택할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누군가 날 선택해주느냐, 그것이 중요했죠." FKA twigs가 작곡, 작사, 프로듀싱을 맡았고 Nicolas Jaar가 비중 있는 참여를 한 'MAGDALENE'은 페미니스트의 입장에서 우리가 서로와, 그리고 스스로와 감정적, 성적, 또한 전반적 측면에서 상호 작용하는 방법에 대해 사색한다. 사운드는 현대적이면서 동시에 고풍스러운 면이 있다. "저는 '나의 신성한 영역 속에서도 고개 숙이지 않을 수 있겠니?' 이런 질문을 던져요." 그녀는 앨범 중반쯤 등장하는 Future와의 컬래버레이션의 테마가 되는 가사를 인용했다. "저는 '우린 어떻게 평등을 이룰 수 있을까? 영적으로 난 성장하고 있을까? 넌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던져요. 그에 대한 해답을 아직도 찾고 있어요." FKA twigs의 설명을 따라 'MAGDALENE'의 곡들을 살펴보자. thousand eyes "제가 쓰는 노래는 모두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한 사람을 오래 만나다 보면 그 사람과 나의 인생이 마치 그물처럼 하나로 엮이는 경험을 하게 돼요. 그 그물을 푸는 과정은 고통스럽죠. 우리는 친구도 같고, 가족들도 서로 아는 사이가 된 후니까요. 누구든 그럴 테지만 이별은 가슴에만 상처로 남는 게 아니라 사회생활 전체에 큰 트라우마를 남겨요. 예를 들어 어느 날 갑자기 다 함께 다니곤 했던 펍을 갈 수가 없어지잖아요. 'If I walk out the door/A thousand eyes'라는 가사는 그런 상황을 이야기해요. 노래를 만들 당시에 그레고리안 성가를 많이 들었는데요. 이전부터 중세 음악 특유의 코드가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래서 중세 음악을 연주하는 뮤지션들을 찾아 같이 음악을 해보기도 했죠. 2014년작 'LP1'의 'Closer'도 성가의 색이 짙죠. 어릴 때 성가대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주일학교도 다녔는데, 이런 경험이 지금 저의 모습에 분명 영향을 미쳤어요." home with you "스튜디오에서 가끔 두 가지 완전히 다른 장르를 섞으며 놀곤 해요. 전 그런 게 참 재밌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Elton John의 코드에 힙합 리프를 입히는 거예요. 이 곡도 그런 시도를 한 곡이에요. 발라드고 슬픈 곡이지만 동시에 비밥이기도 하죠. 결과적으로는 두 가지 어느 쪽으로도 확실하게 불리긴 어려운 곡이 되었지만요. 여기서 저는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받는 압박감에 대해 노래해요. 딸로서, 또 친구로서, 또 여자친구나 연인으로서 갖가지 역할을 다 해내야 하는 부담감에 대해서요. 결국은 조금씩 함께 있어주기만 하면 되는데 그 마음을 몰라 자꾸 좌절하게 되잖아요." sad day "우리 다시 해보지 않을래? 우리 함께 이 지겨운 일상을 벗어나 볼래? 쳇바퀴 같은 삶을 벗어나 사랑에 푹 빠져서 위험하지만 황홀한 모험을 함께 떠나보지 않을래? 맞아, 내가 널 슬프게 했었어. 하지만 다시 한번 해보지 않을래? 이런 메시지를 전하는 노래예요. benny blanco, 그리고 Koreless와 함께 곡을 썼는데요. 도전을 좋아하는 제게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저의 색깔을 유지하는 건 굉장히 어려우면서도 즐거운 일이에요. benny blano였기 때문에 더 운이 좋았어요. 그는 제가 아티스트로서 스스로 있는 그대로를 표현할 수 있도록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줬어요. 구식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프로듀서가 그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든 걸 다 참견하고 지시하는 게 아니라, 아티스트가 주어진 순간 가장 탐스러운 열매로 자라날 수 있도록 아름답고 비옥한 토양을 깔아주는 역할을 해주는 거죠." holy terrain "이 곡은 제 옆에서 당당히 고개 들 남자, 제가 어떤 화려한 성공을 거두더라도 대담하게 제 곁을 지켜줄 남자를 찾고 싶은 마음을 노래해요. 여기에 Future의 랩이 더해지죠. '내가 잘못한 걸 인정해. 네게 나쁜 영향을 미쳤어. 질투심을 자극하려 널 괴롭혔어. 이런 날 치유해줄래?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남자가 될 수 있을지 가르쳐줄래? 날 이끌어줄 여자의 조언이 필요해.' 전 이런 이야기를 솔직하게 내뱉을 수 있는 래퍼는 많이 없다고 생각해요. 처음 Future를 만났을 땐 그가 적합한 사람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어요. 하지만 전화를 통해 앨범을 들려주면서 이런 얘기를 꺼냈어요. '이 앨범은 여성을 지지하는 성향이 굉장히 짙은데…' 그러자 그가 그러더군요. '네, 잘 알고 있어요. 잘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정말로 훌륭한 결과물을 내놓으셨죠. 남성적인 에너지를 강하게 풍기는 사람이 이런 성향의 앨범에 참여해서는 여성을 지지하고 여성과 평등한 관계 속에 함께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건 그야말로 엄청난 일이예요." mary magdalene "한번 상상해 보세요. 예수와 마리아 막달레나가 막역한 관계라고요. 둘은 항상 같이 시간을 보내요. 그녀는 예수의 오른손이자 예수가 모든 걸 터놓는 친구고요. 그녀는 예수와 함께 사람들을 치유하고 다니는 자기 나름의 방식을 가진 신비주의자예요. 그럼 여기서 질문을 하나 던져보죠. 한 남성과 한 여성이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면 우린 보통 이들을 무엇이라 생각하죠? 네, 맞아요. 연인이 먼저 떠오르죠. 그럼 만약 마리아가 예수의 아이를 가졌었다면? 세상이 뒤집히고 이 모든 역사의 격이 바닥까지 떨어지겠죠. 진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에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사람들이 그런 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굉장히 위험하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그녀를 창녀로 치부해버리는 쪽이 더 쉽거든요. 그럼 저절로 그녀가 천박한 여자로 낙인찍히니까요. 저는 예수 그리스도와 그녀를 동등하게 봐요. 통상적인 그녀의 이미지는 남성 중심적인 해석에서 비롯됐죠. 가부장제가 여성의 이야기를 제 손안에 넣고 주무르게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고 생각해요. 여성이라면 누구든 그런 상황에 처해질 수 있어요. 저도 그래왔고요. 전 지금이 이 이야기를 해야 할 때라고 느꼈어요." fallen alien "혹시 이런 적 있나요? 교제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자고 있는 모습을 가만 보고 있자니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 거예요. '이건 아냐.' 전 이 가사를 통해 그런 경험을 얘기했죠. 'When the lights are on, I know you/When you fall asleep, I’ll kick you down/By the way you fell, I know you/Now you’re on your knees.' 누군가의 거짓말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거예요. 하루 종일 거짓말을 늘어놓으니까요. 그러고선 내 옆에 누워 있는 그 사람을 보고 생각하는 거죠. 더 이상은 안 된다고요." mirrored heart "흔히들 말하잖아요. 내 옆에 있는 사람은 내가 누군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그러니까 만약에 곁에 있는 누군가를 봤는데 형편없는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면 한번 잘 생각해봐야 할 거예요. 왜 그 사람이 나에게 왔을까. 무엇이 우릴 서로에게 끌어당기는 걸까. 우린 무엇이 닮은 걸까? 전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비춰 보여주는 사랑을 찾은 사람들을 보면 제게는 그런 마음의 거울이 없다는 사실을 쓸쓸히 자각하게 되죠." daybed "정말 간단한 단어 하나도 맞춤법이 떠오르지 않는 경험해보셨나요? 전 우울할 때 조금 그래요. 모든 게 추상적이게 느껴지고 약간 어지러운 느낌까지 들죠. 도취된 듯한 행복한 느낌은 아니고요. 마치 굉장히 느린 서커스가 펼쳐지는 듯해요. 갑자기 날아다니는 초파리가 친근하게 느껴지고, 방 안의 모든 것들이 다르게 다가오죠. 심지어는 소파의 쿠션에서 나는 냄새도 무언가 다르게 받아들이게 돼요. '그것(마스터베이션)'은 엔도르핀을 돌게 해주잖아요. 아니면 운동을 하러 가거나 뭔가 맛있는 걸 먹거나 하죠.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모두들 경험해봤을 거라 믿어요.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어요. 'Active are my fingers/Faux, my cunnilingus.' 다리 사이에 누군가 있는 걸 상상하지만 실제가 아니에요. 눈을 떠보니 난 그냥 계속 그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있을 뿐이죠." cellophane "날 것의 느낌이 나지 않나요? 다른 무엇도 필요하지 않았죠. 앨범에 들어간 보컬 트랙은 데모로 녹음한 걸 그대로 쓴 거예요. 스튜디오 밖에 차가 도착한 상태였는데 마침 피아노로 코드 몇 개를 짚어보고 있었어요. 기사님께 한 20분, 25분 정도만 기다려 주시길 부탁드리곤 그대로 녹음했어요. 그때 당시에 왠지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는데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러 모인 상태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게 그리 적절한 행동은 아닐 것 같았어요. 저는 주로 모든 걸 굉장히 정교하고 그럴듯하게 완성시키는 걸 좋아해요. 갈고닦고, 깎아내고 더하고, 완벽하게 다듬는 걸 선호하죠. 그런데 저는 'MAGDALENE'을 통해 항상 그래야 할 필요는 없다는 교훈을 얻었어요.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곧 그것을 꼭 해야만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걸요. 뮤지션으로서, 프로듀서로서, 가수로서, 또 댄서로서 제게 큰 성장을 안겨준 경험이에요. 가장 단순한 모습에는 아름다움이 깃들여져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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