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보 예르비(Paavo Järvi)의 폭넓은 음악적 배경은 그의 독특한 성장 환경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지휘자 니메 예르비(Neeme Järvi)의 첫째 아들인 그는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태어나 구소련 체제 아래 음악을 접했습니다. 1980년대에 미국으로 이주한 뒤에는 커티스 음악원을 졸업하고, 이후 저명한 음악가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소련과 미국 양쪽의 음악을 섭렵했습니다. 조국 에스토니아와 인접한 스웨덴의 도시 말뫼, 그리고 스톡홀름에서 지휘자로 일한 그는 이후 미국 신시네티 심포니 오케스트라(Cincinnati Symphony Orchestra)와 일본을 대표하는 관현악단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NHK Symphony Orchestra)의 음악 감독을 차례로 맡으며 자신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클래식 음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독일, 오스트리아의 레퍼토리는 물론, 라흐마니노프(Rachmaninoff), 프로코피예프(Prokofiev) 등 러시아 출신 작곡가와 시벨리우스(Sibelius), 그리그(Grieg), 닐센(Nielsen) 같은 북유럽 작곡가 전문가로 이름을 알린 파보 예르비는 현대 음악 연주에 남다른 열정을 쏟는 지휘자이기도 합니다. 특히 에스토니아를 대표하는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Arvo Pärt)를 비롯해 레포 수메라(Lepo Sumera), 에르키스벤 튀르(Erkki-Sven Tüür) 등의 현대 음악 작곡가를 적극적으로 소개하며 자국의 음악 유산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습니다.